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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 칼럼

플랜트로닉스, 폴리콤을 20억달러에 인수하다

시작하며

2018년 3월 29일 플랜트로닉스가 폴리콤을 인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드디어 폴리콤이 제대로 된 항구를 찾은 것인지 아니면 또 떠나는 신세가 될 지 폴리콤의 상황을 살펴보고 미래를 예견해 봅니다.


이 글에서는 왜 영상회의 기업들이 인수합병의 대상이 되고 있는 지와 폴리콤의 미래를 추적해 봅니다.  





영상회의 전문 기업들은 홀로 생존할 수 없는 이유

2000년 대 후반으로 접어 들면서 영상회의 업계는 끊임없이 인수합병설에 휩싸였습니다. 협업 (Collaboration)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기업들은 채팅, 음성, 영상통화가 자유자재로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자 시도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환경을 완벽하게 제공해 줄 수 있는 제조사는 없었고, 기존의 강력한 파트너쉽만으로는 지속적인 한계에 부딪혀 왔습니다. 


처음 인수합병의 포문은 연 것은 시스코였습니다. 시스코는 2009년 10월  40억달러에 텐드버그 인수를 결정하면서 영상회의 업계의 한축을 흔들었습니다. 시스코는 IP Telephony 및 채팅 솔루션을 갖춘 상황에서 회의실 영상회의 솔루션을 가지므로 고객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환경으로 빠르게 진화를 시작하였습니다. 화상회의 업계 1위의 텐드버그와 IPT 및 협업 솔루션 1위의 시스코가 만남은 세기의 M&A라 불리만 했습니다. 이후 시스코는 완벽한 통합 그림을 넘어 서로의 시너지를 내는 기업으로 바뀌었습니다. 


이후 시스코와 같은 반열에 있었던 Avaya는 IP Telephony 및 Contact Center의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영상회의 솔루션 업계로 진출을 시도하였습니다. 2012년 6월 어바이어는 2억3천만달러에 라드비젼을 인수하였습니다. Avaya는 사모펀드에 인수된 뒤로도 시스코처럼 협업 비지니스를 위한 전체 솔루션을 갖추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나 Avaya와 라드비젼이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많은 돈이 필요했지만 총알 부족으로 아직까지도 완벽한 그림을 그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때 어바이어가 충분한 자금력이 있었다면 폴리콤을 인수했을 지도 모릅니다.


2009년 12월, 웹캡과 PC 주변 기기를 만들던 로지텍은 라이프사이즈 (Lifesize)를 4억 5천만 달러에 전격인수하였습니다. 업계는 예상에서 벗어난 인수었습니다. 개인용 웹켐강자가 화상회의실 솔루션 인수로 어떤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지 의문이였습니다. 결국, 2013년 라이프사이즈의 한국 지사는 철수하였습니다. 현재까지도 별도의 사무실이 없고 로지텍과 함께 클라우드 기반으로 영상회의 시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물론, 글로벌 영상회의 시장 업계에서도 로지텍의 입지는 미미한 상황입니다.


로직텍과 라이프사이즈의 조합은 플랜트로닉스와 폴리콤 조합의 미래를 알 수 있는 바로미터입니다. 플랜트로닉스가 B2B업계를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로지텍처럼 단순히 제품 포트포리오만을 늘리는 행동이였다면 아마도 일반적인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영상회의 제조업체 뿐만 아니라 모든 협업 솔루션 기업의 판단은 "영상회의 기업의 독자 생존은 어렵다"입니다. 영상회의 기업의 제품과 기술을 동종이나 비슷한 계열의 기업이 인수하여 시너지 효과를 크게 만드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폴리콤의 인수는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합니다.  




지금까지의 폴리콤

영상회의 기업이 독자적으로 생존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서 폴리콤을 누가 인수할 것인가는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폴리콤의 인수는 단순히 기술과 제품라인업 인수를 넘어 시장 점유율 2위라는 고객을 함께 가져오는 효과가 있으며, 시스코의 사례를 통해 기술과 시장을 동시에 얻는 시너지를 기업들이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폴리콤 인수에 관한 대표적인 루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인수설이였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전통적으로 하드웨어 비중이 적고 인수한 하드웨어 기업 대부분을 말아먹은 경험이 있었기에 폴리콤을 강력한 파트너쉽 체계에 묶어 두고 싶어했습니다. 


결국, 2016년 4월 마이텔(Mitel)이 19억 6천만 달러로 폴리콤 인수를 결정하였지만, 조율과정에서 실패하였습니다.  업계 특성상 클라우드 기반의 IP Telephony 에 강한 유럽의 마이텔이 폴리콤을 인수하였다면, 영상회의 시장 진출과 더불어 마이텔의 시장 경쟁력이 약한 APAC 및 아메리카에서 큰 시너지를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폴리콤의 입장에서도 영상회의 업계가 빠르게 클라우드로 전환되는 시점이므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였지만, 마이텔이 인수해 준다면 클라우드 인프라를 손쉽게 확보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폴리콤 이사회는 결국 돈을 보고 사모펀드에 넘겼습니다.  2016년 10월 시스즈 캐피털 그룹에서 20억 달러에 폴리콤을 인수했습니다. 시리스 캐피털은 폴리콤이 지속 가능하고 장기적인 가치를 창출하겠다면서 폴리콤의 성장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사모펀드가 기업을 사냥한 후에 진행하는 일련의 활동을 그대로 진행했습니다. 


CEO로 선임된 매리 맥도웰에게 주어진 임무는 당연히 폴리콤을 매력적인 가격에 다시 팔 수 있는 회사로 구조조정하는 것입니다. 사모펀드가 폴리콤과 영상회의의 미래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폴리콤은 비용 절감을 위해 R&D 비용 삭감과 인력 구조 조정을 실시하였습니다. 특히, 한국 폴리콤 오피스는 직원과 사무실이 반토막 났습니다. 


또한, 비용절감이 제 1차 목표인 상황에서 새로운 제품 개발이나 신기술 도입을 포기한 상황에서 찾은 돌파구는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완벽한 파트너쉽 구축이였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로 부터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아 마이크로소프트의 스카이프 포 비지니스와 영상회의 연동을 완료하고, 기존의 마이크로소프트 OEM 전화기들도 라인업을 충분히 확보하도록 변경되었습니다. 


폴리콤 입장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는 One of Partner였지만, 이제는 절대적인 파트너가 되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 완전 종속된 상황에서 거의 자회사 수준으로 전락하였습니다. 폴리콤의 클라우드 및 협업의 미래 청사진은 마이크로소프트가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한때 폴리콤과 텐드버그가 양분하던 영상회의 시장은 시스코의 텐드버그 인수와 사모펀드의 폴리콤인수로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이제 시장의 절반은 시스코가 점유하고 있으며, 폴리콤은 시장의 절반을 잃었습니다. APAC에서는 폴리콤이 잃어버린 절반의 시장은 시스코가 가져갔고, 나머지 절만은 화웨이가 차지하였습니다. 폴리콤의 위축이 결과적으로는 새로운 강자를 끌어드렸습니다. 




플랜트로닉스의 폴리콤 인수 결정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

이번 주 플랜트로닉스의 폴리콤 인수 결정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옵니다만, 이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분들의 분석은 대체적으로 일관됩니다.

  • 폴리콤의 미래가 확실히 불투명해졌다
    시너지 그룹이 20억달러에 인수 후 2년 후 그대로 20억 달러에 팔았습니다. 사모 펀드에서는 인력구조 조정과 비용 절감으로 이익률이 증가하게 만들었지만, 폴리콤의 미래를 저당잡아 만든 이익이므로 장기 비전이 어두웠습니다. 사모펀드는 단기전략으로 조금먹고 빠지는 전략을 취하였습니다. 


  • B2C 기업이 B2B 기업을 인수하여 성공하기 어렵다
    서로 다른 DNA를 가진 기업의 직원들이 함께 하는 것은 늘 어렵습니다. 사고체계가 전혀 다른 B2B 직원들과 B2C 직원들이 함께 의견을 모으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시스코를 들 수 있습니다. 시스코는 B2B 기업으로 B2C 시장 진출을 위해 포스트패스 (개인 이메일), 유미 (가정용 영상회의), 플립 (개인용 디지털 캠코더), 사이언티픽 아틀란타 (셉톱박스), 링크시스 (개인용 및 가정용 IT 주변기기)를 지속적으로 인수하였지만 모두 망하거나 다시 팔면서 B2C 시장진출을 포기하였습니다. 또한, 로지텍의 라이프사이즈 인수도 같은 전철로 기록될 것입니다. 

  • 영상회의 업계의 화두인 클라우드에 대한 대책은 플랜트로닉스도 없다
    협업 솔루션들은 빠르게 클라우드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영상회의가 그 첨병이지만, 폴리콤 지금까지 방관해 왔습니다. 이제 엄청난 돈을 들여 투자를 해야할 시점이지만, 플랜트로닉스는 단말만을 바라보고 포트폴리오 전략을 구사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향후 추가 투자 여력이 의심스럽습니다.


  • 폴리콤 매출의 쌍두마차인 인터넷 전화기(IP Phone) 시장도 어려운 상황이다.
    폴리콤은 IP PBX를 만들지 않고, IP PBX전문 기업들과 상생을 통해 시장에 진출하였습니다. 특히, 브로드소프트의 성장에 따라 폴리콤의 IP Phone 성장도 남달랐지만, 시스코가 브로드소프트를 인수한 상황에서 IP Phone의 미래도 쉽지 않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부족한 포트폴리오를 메우는 강력한 파트너쉽으로 시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플랜트로닉스는 이 부분을 어떻게 할지 지켜봐야합니다. 

기업의 인수합병 전략을 단순히 시너지 효과만으로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플랜트로닉스와 폴리콤 제품군은 겹치는 것이 없기 때문에 새로운 제품 포트폴리오 구성에 유리하고, 개별 사업부 형태로 유지가 된다면 각자의 장점을 유지시켜 성장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협업 업계는 시너지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어서 쉽지 않아 보이는 것이 문제입니다. 



마치며
폴리콤은 필자가 한 때 몸을 담았던 최고의 영상회의 기업입니다. 영상회의 시장에서 차별화된 제품군들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세계 시장을 50%까지 점유하였으며, 범용 IP Phone은 브로드소프트와 함께 시장을 개척하였고, 삼발이라 불리는 회의실 전화기 시장은 90%까지 점유했던 저력있는 기업입니다.
  
현재 폴리콤의 도착하려는 플랜트로닉스라는 항구는 여전히 안개에 휩싸여 있습니다. 
플랜트로닉스가 얼마나 많은 투자금을 쏟아 부을지가 폴리콤의 미래를 결정할 것입니다. 기존과 같이 비용절감을 위해 마이크로소프트 중심의 전략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단지 주인만 바뀐 것에 불과할 것입니다. 


또한, B2B 사업 구조를 인정하고 완전 분리된 사업부제나 두 개의 기업같은 하나의 기업 전략을 취한다면 좋겠지만, 하나의 기업구조로 묶이면서 B2B 기업의 특징들이 인정받지 못하면 그대로 재앙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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