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한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업계에서는 몇년동안 그들의 밀월관계를 알고 있었지만, SK텔레콤의 전격적인 입장표명과 빠른 행보에는 적잖이 당황하는 기색입니다. 2100만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대한민국 지배적 이동통신 사업자가 2위 유선사업자를 인수한다는 사실, 누가봐도 엄청날 일이라 하겠죠.. 당연히 국내 유무선사업자들은 반발하고 있고, 대응방안을 찾느라 부심하는 모습입니다.
특히 KT는 만감이 교차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겁니다. 한국이동통신이라는 한국통신(KT 옛이름) 자회사로 출발했던 SK텔레콤이었는데, 이제는 그 KT를 위협하는 괴물과 같은 경쟁자로 거듭났으니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믿고 싶지 않지만 KT와 SK텔레콤이라는 2개 공룡이 대한민국 통신서비스시장을 지배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미 지배 중이었지만, 유선시장과 무선시장을 양분하고 서로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기 때문에 애써 경쟁임을 외면할 수 있었죠. 하지만 이제는 서로 밥그릇을 놓고 치고박고 싸워야 하는 진정한 라이벌이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전면전을 피할 수 없는 길로 가는걸까요? 그냥 사이좋게 하던 장사를 하면 될텐데 말이죠..
시장과 기술이 "융합(Convergence)"이라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VoIP, 인터넷전화를 통한 음성서비스의 데이터서비스로의 융합은 이미 시작단계를 넘어섰고, 이제는 유선서비스와 무선서비스가 융합되고 섞이면서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폐쇄적이던 통신 서비스는 점차 개방화되고 무한경쟁체제에 돌입하고 있습니다. 좀 섣부른 생각이긴 하지만, 어쩌면 국가별로 나눠져 있는 현 서비스 경계는 사라지고 전화서비스가 공짜로 제공되는 시대가 올 지도 모릅니다.
그럼 한꺼풀만 살짝 벗겨내서, 통신 시장의 판도를 뒤집어엎을 것으로 전망되는 "유무선 융합서비스(Fixed-Mobile Convergence : FMC)"의 현 주소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통신시장의 경쟁 심화와 유무선 융합서비스의 출현
통신시장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경쟁 심화와 수익성 저하가 사업자들에게는 큰 고민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KT는 이미 유선전화시장은 매출감소 추세를 몇년동안 지속하고 있으며, SK텔레콤도 시장의 급격한 포화로 인해 주춤한 상태죠. 또한 소비자들의 요구는 다양해지고 통신비 부담 증가에 따른 불만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유무선 융합 서비스는 사업자와 사용자들의 요구와 함께 유무선 통신기술의 발달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유무선 융합은 유선 중심(무선랜+유선네트워크)과 무선 중심(이동전화망의 IP기반 광대역화), 이 두가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유선통신 사업자들이 유선 중심의 융합서비스에 주력하고 있죠. KT의 원폰서비스나 영국 BT의 Fusion, 덴마크 TDC의 Duet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한편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현재까지 유선통신 사업자들보다는 새로운 도전에 소극적입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닥친 현 상황이 그리 녹록하지는 않습니다. 철옹성과 같던 그들의 시장은 유선통신 사업자의 유무선 융합시도, MVNO(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 방식의 경쟁사업자 출현, Wi-Fi 및 WiMAX 등 무선 인터넷 기반의 신규 서비스 출현 등으로 인해 심각한 경쟁상황으로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유무선 융합서비스가 유선통신 사업자를 중심으로 재편될 지, 이동통신 사업자를 중심으로 재편될 지는 며느리도 모릅니다. 분명한 것은 유무선 광대역망이 모두 제대로 갖춰져 있어야만 한다는 것인데요, 현 시점에서는 유선통신 사업자에게 조금 더 유리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앞서 언급했듯 Wi-Fi, WiMAX 등의 솔루션이 가시화되고 있으니까요.. 영국시장조사기관인 애널리시스는 'How to suceed with Fixed Convergence' 보고서에서 이동통신망만을 보유한 사업자는 수익 극대화를 위해 반드시 유선망을 보유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유선망과 무선망을 모두 보유해야 하는데 무선망 보유에 비해 유선망 보유는 쉽지 않은 것입니다.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을 절박하게 필요로 하는 상황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그러면 이동통신 사업자 중심의 FMC 솔루션은 진정 없는 걸까요? 결국 유선 중심의 유무선 융합으로 갈 수 밖에 없는 걸까요? 최근 이동통신 사업자는 무선 중심의 유무선 융합을 위한 솔루션으로 펨토셀(Femtocell)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죠. 보다 효과적인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향후 IMS 기반의 융합서비스로 마이그레이션하기 위한 과도기 단계의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서두가 좀 길었는데요, 다음 시간에 UMA, 펨토셀 등 유무선 융합의 기술/시장 현황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