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 칼럼/엔지니어의 길을 묻다

[UC칼럼] System Engineer의 길을 묻다 - 3. 좋은 선배 엔지니어의 몇 가지 실수들

라인하트 2013. 2. 14. 19:29

시작하며
우리나라의  IT업계에서 SE로 일하는 것에 대한 글을 정리한 글이 "System Engineer의 길을 묻다"라는 연재입니다. 약 5년에 걸쳐서 두 편의 글을 포스팅하였는데, 
2012년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SE들과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이 주제를 잡았지만, 결국 2013년에 포스팅합니다.  


남자를 끈끈한 우정이 넘치는 세상이다.  
아래 사진은 제가 아직 보지 못한 건축학 개론 영화에서 따온 사진입니다. 수지처럼 예쁜 직장 후배가 있으면, 아마도 모든 사람들이 좋은 선배가 되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  사실 System Engineer의 세계는 공대나 군대와 마찬가지로 여자는 거의 없는 수컷들의 세계이다 보니 삭막합니만, 남자들의 끈끈한 우정이 샘솟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번 글은 수지 같은 후배가 없어도 좋은 선배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System Engineer 분들이 늘 고민하는 부분을 글로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저도 이제 13년 차 SE로써 좋은 선배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럽지만, 좋은 선배도 만나고 좋은 후배도 만나면서 겪어온 이야기를 몇 가지 키워드로 풀어보겠습니다.


기업의 경쟁력 - 좋은 선배가 이끈다
우리는 기업의 기술력을 측정할 때 보유 특허나 연구소와 같은 다양한 외형적인 측정 수단이 있겠지만, 솔루션에 대한 이해와 장애 처리 능력이 뛰어난 엔지니어를 다수 확보하는 것도 하나의 요소입니다. 일반적으로 회사 소개를 할 때 관련 자격증이나 전문 인력이 얼마나 확보되어 있는 지를 표시합니다. 기업에서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에서 뛰어난 고급 엔지니어를 영입하거나 기업 내에서 체계적으로 SE를 성장시키는 방법을  적절히 사용합니다. 기업은 기술 인력 확보에 초점을 두면서 기술이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전달되는 것을 쉽게 간과합니다. 고급 엔지니어가 좋은 선배가 되어 초중급 엔지니어를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체계를 갖추지 않고 있습니다. 

좋은 선배를 만난 후배 SE는 짧은 기간에 뛰어난 기술력을 쌓지만, 나쁜 선배를 만난 후배 SE는 몇 년이 지나도 기술력이 쌓이지 않습니다. 고급 기술 인력 확보도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기업 내의 많은 SE가 IP Telephony 정규 교육을 받았다고 해서 IP Telephony 전문인력이 많다라고 할 수없습니다. 기업에서는 정규 교육 과정을 이수하도록 하는 것까지는 할 수 있지만, SE가 전문성을 갖춘 엔지니어로 가기 위해서는 주변의 고급 엔지니어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회사에 업무량이 적은 고급 엔지니어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업무량이 적은 고급 엔지니어는 주변의 SE를 챙기고 기술적으로 필요한 부분을 도와줄 수 있는 것입니다. 고급 엔지니어가 나이가 많고 일을 하지 않는 다고 보기 보다는 좋은 선배가 되어 후배를 양성하는 좋은 조언자가 될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좋은 선배가 뛰어난 고급 엔지니어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좋은 선배는 기술력이 뛰어나고 후배를 챙기는 사람이다
사실 꾸준히 후배를 양성하고 기술을 전수하는 좋은 선배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해주고, 후배의 잘못을 가려주기도 하며, 업무 부담은 적으면서 기술력을 증진시키거나 업적이 될 수 있는 일들을 후배에게 양보합니다.
시스템이 열악한 회사일지라도 좋은 선배는 양질의 기술력을 갖춘 후배를 양성해내는 놀라운 일들을 합니다. 이 글에서 좋은 선배는 인격적으로나 인간적으로 좋은 사람이 아니라 뛰어난 전문 기술력을 바탕으로 후배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 틀리고, 성격은 부모도 고치지 못한 것이므로 백날 이야기해봐야 손만 아픕니다

처음 SE를 시작하는 분들이 좋은 선배를 만나는 것은 엄청난 행운입니다. 시작이 반인데 좋은 선배를 만나면 나머지 반을 얻은 것이며, 10년이 걸려서 배우는 것을 매우 짧은 기간에 습득할 수 있습니다. 좋은 선배를 만난 행운아들도 좋은 선배가 하는 몇 가지 실수로 인해 뒷마다를 까기도 합니다. 좋은 선배가 후배들로 부터 욕을 먹는 일들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후배들의 뒷담화를 줄여주는 좋은 선배들의 몇 가지 실수를 정리해 봅니다. 고급 엔지니어가 좋은 선배가 되는 법은 맘만 먹으면 됩니다.  ㅋㅋ


소크라테스의 " 너 자신을 알라" 
소크라테스가 즐겨 인용한 "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은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알라"라고 합니다. 즉,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배울수 없다는 것으로 내가 무엇을 모르는 지를 끊임없이 반문해야 진정한 배움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엔지니어가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소크라테스의 말을 인용한 이유를 설명드릴 수 있습니다. 처음 엔지니어가 되면 모든 것이 새롭고 배움의 연속으로 자신의 무지가 부끄럽지도 않은 당연한 것입니다.  중급 엔지니어는 새로운 것은 적지만, 여전히 같은 일을 하는 선배들로 부터 배움이 많고, 무지를 부끄러워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고급 엔지니어는 누군가에게 배우기보다는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이 더 많기 때문에 쉽게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합니다. 말로는 쉽게 인정할 수는 있지만, 마음으로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일상적으로 발생되는 문제에 대해 엔지니어들이 해결해 나가는 방식은 기본적으로 토의입니다.  엔지니어의 토의는 언변이 뛰어난 자가 아닌 정보를 많이 가지고 다각적으로 분석하는 자가 정확한 답을 제시할 확률이 높습니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경험에 의해 축적된 방법을 바탕으로 현상을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하므로 고급 엔지니어는 토의에 있어서도 우위를 점유하게 됩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초중급 엔지니어의 의견을 듣지 않거나 무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급 엔지니어가 쉽게 빠지는 함정은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좋은 선배가 되기 위해서는 "내가 모르고, 내가 알고 있는 것이 틀릴 경우가 많다"라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토의나 토론도 가능하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샘솟는 팀을 만들수 있습니다.  후배들의 선배 뒷담화의 시작은 항상 "잘 알지도 못하면서~~ " 시작해서 "공부좀 하라그래"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식의 저주 - 지식의 테두리에 갇히다
지식의 저주 (The Curse of Knowledge)는 누군가가 어떤 것을 알게 되면 그것을 알지 못했던 때를 잊어버리고 이해하지 못하는 상대방을 탓하는 것을 가리는 용어로, 1990년대 엘리자베스 뉴턴이 진행한 실험에서 나온 것입니다. 한 사람은 모두가 알고 있는 음악을 헤드폰으로 들으면서 탁자를 박자에 맞추어 두들기면, 다른 사람들은 노래의 제목을 맞추는 것입니다. 실험 중에 약 120곡을 들려주었지만, 노래 제목을 맞춘 것은 단 3곡 뿐이였으며, 헤드폰을 끼고 탁자를 두두린 사람은 절반 이상을 맞추엇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다양한 상황에서 응용되어 쓰여지는 용어로, 선배의 설명과 용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후배 엔지니어와의 관계를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고급 엔지니어들은 자신의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는 후배를 탓하게 되면서 공부를 하면 알게된다는 식의 표현을 많이 사용합니다. 열심히 설명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후배를 탓하기 보다는 지식의 저주에 갇힌 자신을 돌아볼 필요도 있습니다. 

좋은 선배는 좋은 강사가 될 필요가 없기에 잘 설명하는 필요는 없지만, 알아듣지 못하는 것은 후배를 위해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좀 더 쉽게 이해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선배들이 자주 쓰는 "A부터 Z까지 어떻게 설명하냐" 라고 표현이 있습니다. 이는 알지 못한다는 것이 아니라 쉽게 표현하질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나중에 후배가 열심히 공부한 후에야 선배의 말을 이해합니다. 이런 때는 좋은 교육과정이나 책을 소개해 주는 것이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즉, 선배는 후배가 모른다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선배가 아무리 설명을 해주어도 후배가 완벽하게 이해할 확률은 매우 적다는 것은 실험에서 증명되었습니다.^^ 


맨땅에 헤딩 - 바보스러운 경험론을 강요하지 말라 
많은 선배들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할 때 "맨 땅에 헤딩"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합니다. "맨땅에 헤딩"이라는 표현은 아무런 사전 지식도 없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프로젝트를 시작한다는 의미입니다. IT에서는 비일비재하게 발생합니다. 이런 상황은 업무량은 많고, 손이 부족하다 보니 신입을 실 업무에 투입하면서 발생합니다. 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사전에 방법을 알려주고, 무엇을 해야 하는 지를 자세히 그림을 그려주는 것이 선배의 역할이지만, 이런 경우 선배는 업무에 지쳐 있을 확률이 120% 입니다. 회사에서 모든 사람들이 열심히 일만 하고 있으면 발생하는 것이 "맨땅에 헤딩"입니다. 선배가 좀 여유있게 일할 수 있는 풍토만 조성되어도 후배들이 편할 것이지만,  시스템을 이야기 할 순 없으므로 선배가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맨땅에 헤딩"보다는 잘되어 있는 문서나 길라잡이를 함꼐 손에 쥐어주는 것어야 합니다. 지식이라는 것이 쌓이고 쌓여서 어느 순간에 깨우치는 경우가 많아 "맨땅에 헤딩"을 않할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프로의 자세를 보여주어야 할 고객 사이트에 초보 엔지니어 홀로 보내는 건 사라져야 겠습니다.   


지식의 유통기한
IT업계에서는 제품이나 솔루션에 관한 지식의 유통기한이 얼마나 될까요? 새로운 버전이나 패치가 발표가 되면 이전의 문제점이나 워크어라운드(Workaround)는 쓸모가 없어집니다. 이 블로그의 주요 키워드인 Telepresence, UC, IP Telephony 등의 제품 관련된 포스팅들의 내용은 시간이 지나면서 쓸모없는 내용이 됩니다. 현재 사라진 제품에 대한 글도 있고, 새로운 버전이 출시되어 구 버전의 설정이나 설치 방식이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지식의 유통기한은 길어야 2년, 짧으면 6개월 정도입니다. 뛰어난 선배라도 한 제품에 대해 2년 이상 공부하지 않으면, 그 제품이 기본적인 내용이나 아키택쳐만 알뿐 세부적인 설정이나 장애에 대처하는 능력은 현저히 떨어지게 됩니다. 즉, 제품에 대한 지식은 유통기한이 매우 짧습니다. 다른 대부분의 기술들도 유통기한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좋은 선배는 새 제품에 대해 정확하게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제품의 아키택쳐와 기본 프로토콜에 대한 지식이 높은 사람입니다. 예를 들면, SIP는 10년 넘게 통용되고 있으며, TCP/IP는 40년 넘게 통용되는 지식입니다.  이 프로토콜들도 언젠가는 H.323, X.25와 같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갈 지도 모르지만, 유통기한이 매우 깁니다.  유통기한이 긴 지식과 경험이 선배들을 빛나게 하므로 좋은 선배는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겠지만, 이런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후배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한 설정은 랩 가이드나 길라잡이만 보고 따라해도 됩니다..


좋은 후배를 알아보는 눈 
좋은 선배들은 좋은 자세를 가지고 열정이 있는 후배를 당연히 기술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이끌어 줍니다. IT 업계는 경력 위주로 움직이는 구조이기 때문에 선배가 후배를 이끌어주고 후배가 선배를 이끌어주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좋은 선배들은 항상 싹수가 보이는 후배를 찾기 마련이고, 이들을 가르쳐서 자신을 대신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좋은 선배는 좋은 후배를 알아보는 법이지만, 가끔씩 선배의 지식이나 기술에 관심이 없는 후배를 이끌거나 싹수가 없는 후배를 대안이 없어서 가르치고 이끄는 분들이 있습니다. 후배도 힘들고 좋은 선배도 성격을 버립니다. 좋은 선배는 좋은 후배를 알아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상호 공생할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마치며
지금까지 좋은 선배가 경계해야 것들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사실 저도 이 모든 것을 다 지키지 못합니다. 이런 부분들을 상기하면서 서로가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에는 좋은 후배에 대한 글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좋은 후배는 맘만 먹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므로 몇 가지 필요한 것들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이 연재는 보통 1년에 한 번 나오는 특성이 있습니다. 다음 연재는 올 년말즈음 되지 않을까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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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지식의 저주 |작성자 이종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