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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 칼럼

[UC 칼럼] 남은 자의 씁쓸함 - IT는 상시적 구조조정 중

 

이야기를 시작하며
IT 업계에서 10년 넘게 일하면서 늘 익숙하지 않는 단어가 있습니다. 잊을 때 즈음 상기 시키게 되는 구조조정, 명예 퇴직, 정리해고, 희망 퇴직, 다운사이징, 조기 퇴직 이라는 단어입니다. 이 단어들의 공통된 의미는 직원 해고입니다. 감원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이벤트(?)입니다만, 너무 자주 찾아오는 이벤트라 익숙할 만도 한데 익숙지가 않습니다.

10년 넘는 직장 생활 동안에 제가 대상이 된 적도 있었지만, 이렇게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라는 속담을 실감하기는 처음입니다. 직장 생활이 다 그렇다고 자위해 보지만,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아쉬움은 어쩔 수 없는 가 봅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경영학 전문이 아니지만, 수 차례 경험한 IT 기업의 구조 조정 이후의 이야기들을 해 볼까합니다. 요즘 기업들의 구조조정은 일회성 행사가 아닌 상시적이고 반복적이여서 새로운 문제점들이 대두되는 듯 합니다. 


상시적 구조 조정으로 기업은 무엇을 얻고 잃을까? 
기업은 위기에서 생존하기 위해 구조 조정을 진행합니다. 회사가 쓰러지는 것보다는 곪은 부분을 도려내어 나머지를 살리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조직내 긴장감을 부여하고 생산성을 증가 시키고, 단기적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복적인 구조조정은 회사가 위기라는 사실을 공감하지 못하므로 위와 같은 효과를 걷을 수 있을 지 의문입니다. 즉, 반복적이고 상시적인 구조조정이 일상화되면서 어쩌면 남아 있는 직원들도 많은 피햬를 입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피해와 부작용을 한 번즈음 생각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위의 사진에서 "I Want you" 를 구조조정 상황에서 의역하면 "너 나가" 또는 "다음엔 너야" 즈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구조조정 이야기를 하는 가운 데 이 사진을 넣으니 섬뜩합니다. -,-:?
 

직원들의 불안감 증폭으로 업무 집중도 저하
상시적 구조조정으로 인해 남아 있는 직원들은 언제든지 칼날이 자신을 향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항상 가지게 됩니다. IMF이후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게 되어 평생 직장이 아닌 평생 직업에 대한 개념이 새롭게 대두되었습니다. 평생직업이라는 개념에서 지금 다니는 회사는 잠시 머무르는 곳이므로 자기 할 일만 잘하면 됩니다. 그러나, 평생직업 개념하에서도 내가 원하지 않는 순간에 퇴직하는 것은 당혹스럽습니다. 즉, 상시적 구조조정은 모든 사람에게 같은 불안감을 가지게 됩니다. 즉, 언제든지 쓸모없어 질 수 있다는 것과 보신주의가 팽배해지게 되는 과정을 겪게 됩니다.

직장인들의 불안감은 팀원 간의 협력을 저해하는 듯 합니다. 최악의 경우 팀원을 동지적 관계가 아닌 경쟁적 관계로 발전될 수도 있습니다. 팀원들 간에 업무적인 이야기 보다는 회사의 구조조정 방향에 대한 이야기가 더욱 중요해 집니다. 소문이 소문을 낳고,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만연하게 됩니다. 당연히 업무는 점점 뒷전으로 밀리게 되며, 새로운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됩니다. 어떤 사람도 이런 분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구조조정의 단점이 있지만, 상시적 구조조정 단계에서는 일정한 간격으로 발생하므로 지속적으로 이런 일들이 반복되게 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지속적인 긴장감과 불안감은 기업에 대한 충성도 및 애사심 저하시킵니다.  평생 직장의 개념에서 돌아가는 IT 업계에서 애사심을 논하는 것은 좀 억지스럽지만, 애사심 저하의 가장 큰 피해자는 신입사원과 회사에 오래 동안 몸 담았던 직원들입니다. 이 들은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가장 큰 사람들이며, 적정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층이기도 합니다.  농담으로 회사를 퇴직한 후 재입사를 하는 것이 진급과 보수에 매우 유리하다라고 합니다. 이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한 회사에 10년 다니는 것보다 여러 회사를 옮겨 다니는 사람들이 더 인정받는 환경을 경험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결국, 상시적 구조조정은 불안감을 증폭하고, 직원들의 업무 집중도 및 애사심 저하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구조조정 이후 기업은 이런 불안감을 줄이거나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구조조정에 해당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므로 안도감이 불안감을 누를 것이라 기업은 판단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들과 함꼐 사라지는 경험과 숙력도의 저하
IT 업계가 매우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어제의 지식은 이미 낡은 것이 됩니다.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조금만 게을리하여도 뒤쳐지기 쉬우며, 지식은 인터넷의 도처에 널려 있어서 배우고자 하면 금방 실력을 쌓을 수 있기도 합니다. 네트워크 업계에서 IP 가 대세를 이루고, IP Telephony가 대세를 이루면서 빠르게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지 못한 사람들이 도태되기 하였습니다. 네트워크 업계의 기술직 신입과 경력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농담을 자주합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지식을 쉽게 습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농담은 아주 굳어져서 업계에 오래 있을려면, 엔지니어를 빨리 버려야 한다고 합니다. 신입사원이 기술을 따라올 순 있어도 인맥을 따라 올 순 없기 때문입니다. 정말 IT업계에서 기술의 숙련도가 중요하지 않을 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에 읽었던 어느 블로거의 글이 생각납니다.

“10년 정도 프로그램을 개발하니 이제 프로그램을 어떻게 짜야 할 지를 좀 알겠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10년 경험의 프로그램 개발자는 없고, 말 만하는 기획자만 있다. ”

초급 및 중급 네트워크 엔지니어가 인터넷을 통해 많은 지식을 가질 수는 있지만, 오랜 경험과 다양한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 신제품에 대한 통찰력 등을 갖을 수는 없습니다. 다양한 실패와 경험을 통해 축적된 직관을 연습하지 않고 갖추기란 어렵습니다. 모든 일에는 시간과 경험이 갖추어져야 비로소 힘을 발휘합니다만, IT에서는 이런 시간과 경험이 주는 힘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대부분 구조 조정의 칼날은 오랜 경험을 가진 직원과 실력 있는 분들을 향해 먼저 다가갑니다.  

기업의 구조조정 대상자는 10년 이상 근속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기업은 인재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기업 내부에서 십수년간 근속하면서 실력을 쌓아온 인재를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재 확보는 외부에서 영입하는 것만큼 내부에서 양성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특히, IT 기업의 내부 인재를 키우는 데 신경을 쓰지만, 관리는 소홀합니다. 그들과 함께 사라지는 많은 것들이 아쉽습니다. 

과거 2차 세계 대전 이 후 하드웨어가 망겨져버린 독일과 일본이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었던 것은 장인 정신과 탁월한 직업 숙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종신 고용제 덕분이라고 합니다. 하드웨어는 갖추면 되지만, 시간과 경험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장기 근속자를 대상으로 한 조기 퇴직은 한국의 장점인 직업 숙련도가 높은 직원을 잃어버리게 합니다. 



상시적 구조 조정의 또다른 이점, 뛰어난 인재 확보?
직원들의 불안감 증폭과 숙련도 저하의 문제점은 지속적으로 도출되고 있지만, 단기간의 성과와 인재확보를 위해 많은 기업은 회사의 위기와 상관없이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합니다. 기업의 상시적 구조조정은 저생산성의 인력을 감원하고, 뛰어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 됩니다. 무능력한 직원 및 조직에 부적응하는 자를 골라내고 뛰어난 인재를 확보함으로써  시간이 지날수록 뛰어난 인재들로 가득차게 되는 것입니다. 논리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파레토의 법칙이라는 80/20 원칙이 있습니다. 개인이 달성한 업무 성과는 업무시간 중 집중력을 발휘한 20%의 시간에서 이루지며, 20%의 인구가 80%의 돈을 가지고 있으며, 20%의 근로자가 기업의 80%의 업무를 한다는 등의 다양한 통계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결과입니다. 즉, 전체 결과의 80%는 전체 원인의 20%에서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즉, 뛰어난 인재들로 구성된 조직이라도 20%의 직원이 80%의 업무를 진행한다는 법칙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역설적으로 80%의 직원이 있기에 20%의 직원이 뛰어난 성과를 낼 수가 있는 것입니다.

쥐실험에서 10개 집단을 만들어 먹이를 구하는 과정을 지켜보자 일정한 비율로 조직이 갖추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우두머리만 모아서 집단을 만들었지만 같은 비율로 먹이를 구하는 연구 결과가 있었습니다. 즉, 상시적 구조조정을 통해 뛰어난 인재를 확보할 수 있을 듯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못합니다. 

기업의 상시적 구조조정의 근본적인 문제는무능력한 직원을 골라내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지를 고민해봐야 합니다.


구조조정은 어떻게 진행되는 가?
기업이 5%의 직원을 감원한다고 할 때, 무능력 또는 저생산성의 직원을 퇴직시키려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진행되는 구조조정은 그렇지 않습니다. 상시적 구조조정은 희망퇴직 또는 조기퇴직 패키지와 함께 실시되므로 다음과 같은 순서가 일반적입니다.

  • 타사로 이직이 예정된 직원
    천우일우의 기회로 퇴직금과 함께 조기퇴직 패키지를 선물받므로 자발적 희망퇴직을 선호합니다. 관리자의 입장에서도 난처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경우이나 이에 해당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 회사에 실망을 느낀 직원
    실력이 뛰어난 지원일 수록 회사에 실망하는 정도가 크며, 이 들은 빠른 시일내에 다음 직장을 구하기가 수월한 편입니다. 따라서, 미련없이 조기퇴직 패키지를 받음으로써 나름의 보상을 받을려고 합니다. 관리자 입장에서 조금 마음이 아프지만, 개인의 선택이 단호하므로 받아 들입니다.

  • 관리자에 의해 선택된 직원
    회사에서 상시적 구조조정에 타켓이 되는 층으로 낮은 생산성을 내는 직원으로 관리자에 의해 판단되는 층입니다.

일순위와 이순위에서 팀에 할당된 감원 숫자를 채우게 되면 구조조정은 그나마 쉽게 마무리되고, 기업은 역선택을 하게 됩니다. 문제는 삼순위까지 진행되는 팀에게 닥치게 됩니다.  대상직원이 정말 저생산성을 내며, 회사에서 불필요한 존재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타가 없기 때문입니다. 시스템으로 직원의 능력을 가늠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오직 할당된 숫자를 채우기위한 러시안 룰렛게임이 되는 것입니다.

부족한 시스템의 한계와 관리자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인해 정치력이라는 단어가 나타나게 됩니다. 조직내에서 정치력은 업무 추진에 있어 매우 중요한 능력이지만, 상시적 구조조정 단계에 있는 기업에서 정치력이란 매우 변질된것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직원들은 자신이 일반적인 업무에는 관심이 적어지고,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정치력을 높일 수 있는- 업무에 집중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일의 성과에 상관없이 많은 리소스를 투입하게 되어 전체적인 생산성이 저하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합니다. 심한 농담으로 조직 내 정치력이 모든 능력에 우선한다고합니다.  

따라서, 최악의 경우 상시적 구조 조정단계에 있는 기업은 직원들의 애사심은 바닥에 가깝게 되며,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업무만이 중요해지는 기형적인 구조가 됩니다.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살아남은 자의 슬픔”
상시적 구조조정의 단계에 있는 기업이 많지 않은 것이 다행이지만, 국내 기업이 점점 서구화되면서 앞으로는 일반화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한 기업에서 두 세번의 구조조정을 경험하면서 상시적 구조조정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런 생각에서 인지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라는 시가 떠오릅니다.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 남았다
  그러나 지난 밤 꿈 속에서
  친구들이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한 자는 살아 남는다”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 베르톨트 브레히트 “살아남은 자의 슬픔” (1944년)


마치며 
얼마전에 제가 존경하는 분이 희망 퇴직을 하였습니다. 국내  UC 업계에서 10년이상 몸담아 오면서 불모지에 가까운 UC를 손 수 일구어 오신 분이신데 실력을 인정받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뛰어난 실력을 가지신 분이라 그 분의 행보는 걱정이 되지 않지만, 난 자리를 메꾸는 것이 쉽지 많아 보입니다. 기업이 조기 퇴직자에 대한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반대로 남아 있는 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강구되어야 합니다.  또한, 기업이 상시적 구조조정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직원이 인식하기 전에 불만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먼저 갖추는 것이 먼저 일 것입니다. 

열 명의 도둑을 놓지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이를 만들지 말라고 하였지만, 상시적 구조조정은 한 명의 도둑을 잡기위해 많은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 지 걱정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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