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 칼럼

Made in Korea? Made in China?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4. 24. 14:21


안녕하세요?

실로 얼마만에 블로그에서 이렇게 인사를 드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넥스퍼트 블로그가 라인하트님의 블로그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굉장히 많을 정도로 라인하트님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블로거가 없었음을 인정합니다. 물론 라인하트님이 안계셨더라면 이렇게 다시 인사를 드릴 블로그도 없었다는 것을 잘 알기에, 이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허클베리핀님도 잊지 않고 간간히 글을 올려주실 뿐 아니라, 여러방면에서 블로그를 관리해주시고, 다양한 시도를 해주셨기에 블로그가 죽지 않고 명맥을 이어 나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두분 모두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사용하던 블로그 툴도 설치안한지 너무 오래되어서 티스토리의 자체 툴에서 글을 쓰고 있는데, 저를 포함한 대다수의 분들이 그림 또는 자극적인 글에 길들여진 탓에, 이렇게 무미건조하고 딱딱한 글이 여러분의 흥미를 얼마나 유발할지 사실 자신이 별로 없지만, 그동안 공유하고자 했던 내용들을 써내려가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사실 다른 블로거분들과는 달리 시스코 UC를 다룬 기간보다 그렇지 않은 기간이 훨씬 긴 편입니다. 개인적인 공백도 있었고, 다른 벤더 제품도 다루기도 했었기 때문에, 시스코 UC에 있어서 지금은 거의 초보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듯 합니다. 확실히 IT세계가 호흡이 빠르다는 것을 실감할 정도입니다. 잠깐 눈을 감았다 뜨면 모르는 것이 튀어나오서 어리둥절할때가 참 많습니다.


최근 1년반동안은 왠만한 분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으시려는, 또는 관심이 있어도 워낙 희귀 아이템이라 근접이 힘든 중국산 제품을 만져왔었는데, 이에 대한 제 개인적인 고찰을 공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 소시적 기억이긴 합니다만, 뉴스나 언론 매체를 통해서 외국에서 made in Korea 제품이 팔리곤 한다, 혹은 외국인들이 그런 제품을 좋아한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한국인으로서 자랑스웠던 기억을 어렴풋이 하게됩니다. 저랑 또래가 비슷하시거나 연배가 있으신 분들은 비슷한 경험을 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요즘엔 이런 자랑스러운 기억이 살짝 흔들리곤 합니다. 지금이야, 예전에 비해서 한국이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어느정도 영향력이 있는 위치이기에 그럴 수 있다지만, 예전에 한국을 설명하기 위해 반드시 일본, 중국을 운운했어야 했던 시절에는 참으로 뿌듯한 얘기가 아닐수 없었습니다. 그때는 그렇게 믿었습니다. 우리의 장인정신이 인정받는거야 라고. 경제력은 아직 한참 멀었지만, 손재주 좋은 우리 민족이 만든 상품의 우수성을 세계가 인정하는 거야, 라구요. 물론 그 믿음이 전부 틀리진 않았겠지만, 좀 더 냉혹하게 바라보자면, 세계의 소비자들은 그렇게 순수하지만은 않았을 거란 추측을 하곤 합니다.


제작년 초에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Video conference 솔루션을 도입하기 위한 PoC를 실시했었습니다. Cisco는 PoC 이전에 가성비가 너무 안좋다는 평가(정확히 말하자면, 기능은 좋지만 그 이상으로 비싸다는 평가였죠)로 인해 short list에서 제외되었고, L사, P사, H사가 최종 Poc에 선정되어 평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당시 H사는 다른 경쟁사가 소프트폰을 제안할 때, 하드웨어폰을 제안하고 그에 따른 빠른 low latency로 좋은 평가를 받게 되었죠. 실제로 제목은 Video Conference PoC이지만, 저희 회사는 지사가 250개가 넘고, 그 중 일부 메인 지사와 본사에서는 Room presence를 사용하고, 나머지 지사에서는 Desktop Video를 사용해야만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소규모 지사는 네트워크가 ADSL(1 or 2)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그 이상의 고사양은 환경에도 맞지 않았습니다. 언제적 ADSL이냐구요? 이 글을 읽은 소수의 젊은 엔지니어 분들은 ADSL을 경험하지 못한 분들이 계실정도로 한국에서는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기술이지만, 제가 있는 이 곳에서는 아직도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불행히도, 저희집은 기지국과 거리가 멀어서 ADSL 1을 사용중이라 한국에서 제공되는 스트리밍 서비스는 받기가 곤란합니다. ㅠㅠ)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가성비로는 타사 대비 으뜸이라 H사가 최종 선정이 되었는데, 저는 조금 미심쩍었습니다. UC는 다른 네트웍 장비와 접근법 부터가 다른 물건이잖아요. 그래서 이 프로젝트를 주최하는 제 선임한테 넌지시 물어봤습니다. 이 솔루션을 현재 사용중인 레퍼런스가 있냐구요. 답은 이러했습니다. 교육기관쪽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곳이 있고, H사는 3년전까지만 해도 UC제품이 없었는데, 지금은 이렇게나 많은 성장을 했다. 나는 이 회사의 잠재력을 믿는다, 라구요. 


지금은, 그 선임은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고, 어찌저지 하여 H사의 presale로 가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그리고, 저는 2년 가까이 그 제품을 만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식 론칭을 못한 상태이며, 200여개 가까운 버그및 기능개선요구사항리포트를 통해 그쪽 엔지니어와 작업중에 있습니다. 물론 그동안 프리세일즈 엔지니어와 기술지원 엔지니어도 여러번 바뀌었고, 버전 업그레이드도 여러번 했으며, 장비 자체를 통째로 다른 새로운 솔루션으로 마이그레이션도 했지만, 여전히 상황은 열악합니다.우리 회사가 H사를 위해 특별 테스트 베드(그것도 돈을 주고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제가 경험한 단 한가지의 사례를 통해 일반화를 하기에는 다소 성급한 면이 없지 않지만, 중국산 혹은 made in China의 이미지와 크게 다를바가 없습니다. 특히나 완성도가 높은 제품을 다뤄봤던 분들께는 더욱이 권장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노파심이지만, 한가지 유의해야 할 점은 완성도가 높은 벤더의 제품이 완벽하지만은 않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저희 회사가 속한 상급 기관은 전부 시스코 제품을 사용하고, 그에 따라 상급기관 및 기타 유관 기관과의 연동을 위해서 시스코 VCS와의 연동테스트를 진행하던 중 VCS의 치명적인 결함도 발견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TAC 서포트를 통해서 bug ID까지 받았지만, 구체적인 road-map도 주지 않았고, 아직까지 개선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기도 합니다.)


다만, 지금까지의 경험과 이미지를 바탕으로 "역시 중국산이야"라고 섣불리 결론을 내는 것은 모험이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 것은 단순한 결정장애는 아닌 것 같습니다.


예전에 어렵게 시작하던 "made in Korea", 어떤이의 눈에는 알려지지 않지만 질 좋은 제품이었고, 또 다른 대부분의 눈에는 전체적인 완성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몇몇 주요 기능은 다소 우수하고 가격이 착했던 그런 제품이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격돌을 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마켓을 장악하던 그러한 "made in Korea"의 밑바탕엔 명석한 두뇌, 손재주 및 근면함이 있었듯이 "made in China"에도 이러한 잠재력이 모두 있다는 것입니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우리에겐 다소 약했던 "대륙의 기질" 또한 그 잠재력을 보다 더 크게 만들 수 있는 그 이상의 잠재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운이 좋다고 표현해도 좋을지 모르겠지만, 최근 몇년간 네트워크 시장에 커다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고, 이 바람은 훨씬 점점 더 거세질꺼라고 저는 개인적으로 판단하는데요, 이러한 시점에 바람을 정면으로 맞선다면 그동안의 마켓리더일지라도 무사하지 못할것이며, 지금은 비록스타트업일지라도 그 바람의 방향을 잘 읽을 수 있다면 향후 마켓을 뒤흔들 수 있는 강력한 존재로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기업들 중 몇몇은 그 잠재력을 바탕으로 급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감히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최근 다수의 인력채용을 단행한 중국계 업체의 사례를 들어보건데, 잠룡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인지, 아니면 지금까지의 여러사례와 같이 하나의 해프닝이 될지 조심스럽게 관망중입니다.


지난 몇십년간 선진 강호들의 문물을 받아들이고 열심히 따라했던 우리가, 단지 우리보다 늦게 시작했다는 이유만으로 "made in China"를 무시한다면, 우리보다 더 많은 인적자원, 그리고 그속에 있는 더 뛰어난 인적자원이 창조라는 획을 우리보다 먼저 긋기 시작할 때, 우리가 뒤따라가야 할 나라 리스트에 중국이 추가 될 것이며, 무시했던 그 이상의 무시무시한 댓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를 일이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