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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 칼럼/엔지니어의 길을 묻다

[연재] SE의 길을 묻다 - 9. 언제까지 엔지니어를 할 수 있을까

 글 싣는 순서 
 1
SE의 길을 묻다

 2. 10년 경력의 UC SE
 3. 좋은 선배 엔지니어의 몇 가지 실수
 4. 엔지니어는 누구인가
                                                                               

 5. 좋은 후배 엔지니어 되기

 6. 전설의 엔지니어를 찾습니다
 7. 전문가로 성장하는 시간의 비밀  
 8. 아직 오지 않은 당신의 전성기를 위하여
 9. 언제까지 엔지니어를 할 수 있을까  
 

10. 조언의 가치  

    

시작하며

이번 글은 한국에서 40대 엔지니어라는 타이틀로 살아가면서 마주치게 되는 "엔지니어의 미래"라는 것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했습니다. "언제 닭을 튀기러 가야 하나?" 라던가, "부동산 임대업만이 살 길이야" 라던가, "하루빨리 농사를 배워한다" 와 같이 답도 없고 골치만 아픈 상념들을 저 멀리 보내기 위해 정리했습니다.    


지금도 엔지니어이고.. 당분간은 주~~~욱 엔지니어일 것이며, 생각보다 더 오래 동안 엔지니어로 살아가는 인생들이니까요. ^^ 어쨌든 날로먹는 포스팅입니다.



술자리에서 회자되는 엔지니어들의 이야기  

필자는 술자리를 좋아하지만 자주 갖지는 않습니다. 잦은 술자리로 인해 폐해가 많기도 하지만 사실 주위에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적은 것도 이유입니다. 그래도 술자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술자리는 서로의 생각을 손쉽게 공유할 수 있게 해주고, 서로를 친밀하게 만들어주기도 하며, 남자들의 끊임없는 수다가 자연스러운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술자리는 항상 남자들과 하다보니 이야기꺼리가 늘 비슷합니다. 정치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할 때는 서로의 입장에 따라 생각의 방향이 다르게 나타나지만, 연애인 이나 가쉽거리를 이야기할 때는 남자들만의 뜨거운 동지애(?)를 느낍니다. 술자리의 마지막 즈음 가끔 엔지니어의 일상과 다가올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밝지 못하고 비관적인 생각들이 대부분입니다. 비관적인 미래는 30대 엔지니어들의 술자리와 40대 엔지니어들의 술자리를 구분하는 기준이기도 할 것입니다. 아마도 배울 것이 더 많은 사람들과 배운 것과 추억거리가 더 많은 사람들의 차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이들어가는 엔지니어들의 이야기를 정리해 보면,

  • "엔지니어는 젊은 사람에게 어울리는 직업이다. 나이가 드니 하루가 다르게 체력이 떨어진다."

  • "회사에 40대 후반이나 50대 엔지니어는 거의 없으니, 나도 없을 확률이 높다."

  • "관리자 자리는 정해져 있고, 엔지니어는 많다."

  • "기술은 짧고, 영업은 길다. 하루 빨리 영업으로 가는 길이 살 길이다"

  • "엔지니어의 마지막은 닭을 튀기거나 잘되면 부동산 임대업이다."  

  • "기술의 속도가 빠를수록 내가 아는 기술은 이미 낡은 것이다. 졸라 공부만 하다 끝난다."
  • "통일은 대박, 통일만 되면 엔지니어 부족으로 죽을 때까지 일한다."


얼마나 공감되시나요? 공감하는 이야기들이 많을 수록 이미 나이가 들어가는 엔지니어입니다. 사실 요즘 나오는 이야기도 아니고, 과거에도 나이든 엔지니어분들이 하던 이야기입니다.  엔지니어들이 40대를 넘어가면 자연스럽게 터특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마흔병 : 불혹의 나이, 끊임없이 흔들리다
공자님께서는 나이 마흔은 - 40 대 - 어떤 유혹의 손길에도 흔들리지 않는 "불혹"이라 하셨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40대 엔지니어들은 갈대 마냥 흔들립니다.
 세상도 IT 기술도 빠르게 변하지만 내가 멈춰있기 때문일까요? 세상은 그대로인데 한 남자에서 한 가장이 되듯 내가 바뀌었기 때문일까요? 


사춘기는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불리지만, 군대에서 말년 병장들이 걸린다는 말년병과 나이 40대를 전후해서 걸린다는 마흔병은 어떨게 불러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이 병은 무기력증과 함께 생각이 많아진다는 것이 특징이지만, 일상에 치이다 보면 생각보다 빨리 지나가기 때문에 감기 수준에서 끝납니다. 물론, 마흔병이 심각하게 발병하는 경우가 폴 고갱의 케이스가 아닐런지요. 40대 초반에 가족도 버리고 타히티로 날라버렸다지요...( 심각하게 받아들이시면 곤란합니다.^^)





끊임없이 흔들리는 엔지니어들이 머리속에 있는 많은 궁금증 가운데 하나는 "엔지니어는 몇 살까지 할 수 있을까?" 일 것입니다. 엔지니어 인생이 "기승전 닭튀김"이나 "기승전 부동산"이 아닌 지금 이대로 엔지니어로 끝날 수 있는 길을 생각해 봅니다.    







처음가는 길 - '머리가 희끗한 엔지니어'라는 길

이 연재의 6편 "전설의 엔지니어를 찾습니다"에서 우리나라 고수급 엔지니어들의 나이를 추적한 적이 있습니다. 그 부분을 발췌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IT의 태동기는 1980년대 초라고 볼 수 있으며, IT 엔지니어들이 급격히 늘어난 시점은 ADSL 상용화로 인터넷 보급이 일반화된 시기인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 초반 IT 버블이 꺼지기 전까지 일 것입니다. 결국 IT 태동기에 20대를 보냈다고 치면 지금은 50대 중반이나 60대 초반의 나이가 될 것입니다."


고수급 엔지니어의 나이를 5,60대로 상정하기가 어려운 것은 우리나라의 IT 산업이 일반화된 지가 얼마되지 않았고, 초창기 엔지니어분들은 2000년대 전후의 시장 급팽장기에 승진을 거듭하면서 다른 직군으로 이동하였기 때문입니다. 즉, IT 산업은 업무 특성 상 나이 많은 사람이 하기 힘든 일이 아니라, "머리가 희끗한 엔지니어"를 배출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축적되지 않은 분야입니다.  


지금까지 소수의 사람들이 걸어 갔거나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라 우리 주위에서 각자의 회사에서 '머리가 희끗한 엔지니어'를 보기 힘든 것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지금의 40대 엔지니어들이 이 길을 처음 걸어가면서 느끼는 불안과 미래에 대한 걱정일지도 모릅니다.    


처음 가는 길

                             도종환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없다

다만 내가 처음가는 길일뿐이다.

누구도 앞서 가지 않은 길은 없다

오래동안 가지 않은 길이 있을 뿐이다.

두려워 마라 두려워하였지만

많은 이들이 결국 이 길을 갔다

죽음에 이르는 길조차도

자기 전 생애를 끌고 넘은 이들이 있다

순탄하기만 한 길은 길 아니다

낯설고 절박한 세계에 닿아서 길인 것이다.






담쟁이 - 엔지니어의 길을 동료와 함께 가고 있다.  

처음 가는 길을 40대 엔지니어들은 회사라는 울타리에서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들과 같이 합니다. 각자의 회사에는 비슷한 연배의 엔지니어들이 많이 있습니다.  각자의 고민은 다른 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처럼 느끼는 미래의 불안과 비슷할 것입니다. IT 산업의 엔지니어가 다른 산업분야의 분들보다 미래가 암울하거나 불안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어쨌든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이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아마도 10년 후에는 50대의 열정적인 엔지니어가 지금보다 10대는 더 많아질 것입니다.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 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주위의 IT 기업의 역사를 잠시 뒤돌아 보면, 10년 전에 40대의 엔지니어가 거의 없었으며, 지금은 30대 후반과 40대 엔지니어가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10년 후에는 50대 엔지니어가 회사의 핵심 역량을 담당할 것입니다.  



The road not taken - 엔지니어가 아닌 다른 길을 같더라면

IT 분야에는 많은 직업이 있듯이 많은 기회가 있습니다. IT 분야를 처음 시작할 때를 많은 사람들이 가지 않은 길이였기에 이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투철한 사명감도 인생에 대한 깊은 이해도 없이 작은 선택과 결정이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습니다. 



가지 않은 길 (The road not taken)

                                 로버트 프로스트 


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더군요.
몸이 하나니 두 길을 다 가 볼 수는 없어
나는 서운한 마음으로 한참 서서
잣나무 숲 속으로 접어든 한쪽 길을
끝 간 데까지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다가 또 하나의 길을 택했습니다. 먼저 길과 똑같이 아름답고,
아마 더 나은 듯도 했지요.
풀이 더 무성하고 사람을 부르는 듯했으니까요.
사람이 밟은 흔적은
먼저 길과 비슷하기는 했지만,

서리 내린 낙엽 위에는 아무 발자국도 없고
두 길은 그날 아침 똑같이 놓여 있었습니다.
아, 먼저 길은 한번 가면 어떤지 알고 있으니
다시 보기 어려우리라 여기면서도.

오랜 세월이 흐른 다음
나는 한숨 지으며 이야기하겠지요.
"두 갈래 길이 숲 속으로 나 있었다, 그래서 나는 -
사람이 덜 밟은 길을 택했고,
그것이 내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라고





많은 이들이 가지 않은 길이였기에 시작한 길이 이제는 많은 이들이 가지 않는 길이기에 두려워하거나 걱정하는 때가 되었습니다. 나는 그대로 인데 세상이 바뀐 것인지, 세상은 그대로 인데 세상을 바라보는 내가 바뀐 것인지..


누구나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환상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가고 있는 이 길도 다른 누구가는 '가지 않은 길'입니다.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묵묵히 걸어가는 것만으로도 큰 도전입니다.

 



마치며 - "우리는 생각보다 더 오래살 것이고, 생각보다 더 오래 일할 것이다." 
술자리에서 자주 추억하는 시대가 어쩌면 당신의 전성기일 것이고, 술자리에서 엔지니어의 미래가 어두운 것은 처음가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인생이 술자리에서 시작해서 술자리에서 끝나는 듯합니다.


이제 더이상 "엔지니어는 몇 살까지 할 수 있을까?" 라는 물음이나 미래를 걱정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처음가는 길이니까요. 이제는 무엇을 더 배울지를 생각해봅시다. 


우리는 생각보다 더 오래 살 것이고, 생각보다 더 오래 일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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